"엔저(円低)에 주식시장 호황까지"…국내자본 일본으로 '유턴'
"엔저(円低)에 주식시장 호황까지"…국내자본 일본으로 '유턴'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9.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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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0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환차익 기대
日주식시장 33년만에 최고점 찍자 주식투자 30% ↑
증권사, '일학개미' 겨냥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
지난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7엔대에 거래되며 엔화 가치가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역대급 엔저(円低, 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서 갈 곳 잃은 자금이 엔화와 일본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엔화를 중심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와 투자·관광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이른바 '중학개미'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잔액은 1050억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새 51억7000만달러 증가한 수치다. 

그 중 엔화예금은 한 달 새 8억3000만달러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해외 조달자금 일시 예치 등의 요인으로 엔화 예금이 전월말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엔화 예금과 더불어 일본 주식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역대급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일학개미'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7.182엔에 거래되며 엔화 가치가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뒤 엔·달러 환율은 좀처럼 147엔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액은 34억3649만달러(약 4조5843억원)로 지난해 말(26억1109만달러) 대비 31.6% 늘어났다. 

결제금액으로 봤을 때도 올해 상반기 기준 매수 금액(7억7514만달러)이 매도 금액(6억4312만달러)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같은기간 건수에서도 매수(4만4752건)가 매도(2만7098건)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일학개미가 늘어난 건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더불어 일본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지=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지=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증권업계, '일학개미' 노린 상품 앞다퉈 발표

일본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일학개미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엔화 환차익을 노린 상품을 출시하거나 일본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 및 상품 출시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KB증권은 리서치본부의 조직개편과 업무 재분장을 통해 일본 주식 분석을 확대했다. 자산배분전략부 내 신흥시장팀을 아시아시장팀으로 개편하면서 일본 주식 분석 강화에 나선 것이다.

KB증권은 향후 일본 시장과 주식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유망 종목을 선별해 분석한 자료를 발간할 예정이다.

투자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일본 반도체 ETF 출시를 예고해 경쟁이 예상된다.

일학개미를 잡기 위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일본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면제한다. 당사 계좌를 보유한 전 고객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자동 적용된다.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뿐 아니라 엔화 환전 수수료 95% 우대 혜택도 자동 적용된다.

유안타증권도 이달 들어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말까지 거래 수수료는 무료로 서비스한다. 

이벤트 신청 고객에게는 엔화 환전 시 100엔당 1원의 우대 환전 수수료를 제공하고 100만엔 이상 일본 주식 매매 고객에게는 1만원 상당의 주식 쿠폰도 증정한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일본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저점 통과 및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며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 지속 전망과 리오프닝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세도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내수 경기 회복, 기업들의 재고 및 설비투자 회복, 도쿄증권거래소의 시장 개편, 기업들의 자본효율 개선 요청(PBR 개선 요청) 등을 바탕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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