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금통위원 ”중앙은행, 새로운 경제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서영경 금통위원 ”중앙은행, 새로운 경제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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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은 금통위원, 4월 퇴임 앞두고 간담회...4년간 금융정책 술회
”금리정책 파급시차 단축돼...환율변동 용인·커뮤니케이션 확대 등 영향”
”올해 기준금리 낮춰도 당장 가계대출ㆍ주택가격 상승은 크지 않을 것”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6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대한민국 금융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임기를 정리하며 소회를 밝혔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주제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 위원은 다음달 20일까지 약 한 달의 임기를 남겨둔 상태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2020년 4월 부임해 0.5%의 초저금리기(~2021년 7월), 3%포인트(p) 금리인상기(2021년 8월~현재)의 최전선에 섰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 위원은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서 수행한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 경험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정리했다. 

서 위원은 코로나19 시기 초저금리 유지가 불가피했던 이유와 더불어 2020년 초부터 한은이 기준금리 조절과 각종 채권매입 등을 통해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2020년 마이너스(-)0.7%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다 변종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며 “대신 2021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해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2021년 10월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을 이유로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단행한 금리인상 덕분에 “고물가 시기에는 점진적 금리 인상이 가능했고 물가압력도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시기별 기준금리 및 회사채·기업어음(CP)매입 추이. 이미지=한국은행

한국은 약 10년 전과 비교해 통화 정책의 최대 파급시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종전 5분기에서 4분기로, 인플레이션의 경우 8분기에서 4분기로 짧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서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 논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환율변동 용인, 금융 심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확대 힘입어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단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울러 민간부채 규모가 누증되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금리인상으로 이자상환 부담이 높아지는 부(-)의 소득효과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위원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당장 가계대출이나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서 위원은 “가계대출이나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데는 결국 기대 심리가 중요한데, 지금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낮아졌고, 주택가격 변동률도 3월부터 안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융안정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이 커질 수 있으므로 경제주체들의 미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기별 부동산업 대출 및 주택가격 통계. 이미지=한국은행

서 위원은 적절한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다”며 “(내수 진작과 주택가격 자극) 양방향을 잘 보면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서 위원은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충격 관련 불확실성은 높으며 민간부채 취약부문, 부동산PF 등을 둘러싼 금융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며 “또한 물가와 가계부채의 상승률은 낮아졌으나 높아진 레벨 효과로 인해 민간의 실질구매력 약화와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변화로 통화정책 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해 앞으로도 거시경제상황은 물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영역에 대한 연구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 위원은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감염병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지나오면서 얻은 조언이다. 

서 위원은 간담회를 마치며 “중앙은행은 과거 경험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정책수단을 갖춰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고 짚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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