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공매도 규제, 섣불리 건드리면 부작용만 커질까
[2023 국감] 공매도 규제, 섣불리 건드리면 부작용만 커질까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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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공매도 담보비율, 개인투자자에 불리하지 않아"
"실시간 전산시스템 구축은 도움 안 돼...외국인 빠져나갈 것"
한국주식투자자연협회가 운행하는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지난 2021년 2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불법공매도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공매도 규제 사안이 국감장에 올라왔지만 금융당국은 섣부른 시스템 개선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7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 실적을 점검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선물위원회는 30개 기관의 불법공매도행위에 대해 총 89억8805만원의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제재 건수이자 역대 최대 제재 금액이다.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에 비해 기관투자자가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가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져왔다.

앞서 금융위는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고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비율이 105~120%로 여전히 낮은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어 여전히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개인투자자들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금융위에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담보비율 130%로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10년간 공매도 계좌 수익액 조사, 대차시장과 대주시장 통합 운영 등을 촉구한 바 있다. 공매도 전면재개에 앞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공매도의 고질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강훈식 의원실

금융위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투자 방식이 달라 현재의 담보비율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공매도에 대해 개인 투자자 담보 비율을 120%로 낮췄는데도 기관 투자자가 유리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 의원은 "기관 투자자들은 별도 규제가 없고 담보 비율이 105% 이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는 담보 비율을 120%로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기관들은 거래 방식 자체가 개인이 하는 대주 거래 형식이 아니라 대차 거래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거기다 헤어컷을 해 담보로 인정하기 때문에 실제 담보 비율은 140%까지 넘어가는데 개인보다 기관에 유리하다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차 거래 방식으로 하는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 방식이 개인이 하는 대주 거래 형식과 다르기에,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은 105% 수준이 되지만, 개인 투자자의 담보 비율은 현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140%를 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개인과 기관의 비율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곳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일원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금융위는 공매도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만드는 건 개인투자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요구에 대해 "실시간 전산화를 하려면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그 전에 대차거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주식배당이나 옵션 지급 등 목적이 다 다른 상황에서 실시판으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얼마 빠지고 얼마 들어왔다를 논의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타국에서도 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하는게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시장 내 외국인 주식 보유량 변화표. 이미지=한국거래소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주식시장 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약 668조79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28.0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래 편의성을 이유로 타국으로 자본을 이전할 시, 쏟아지는 매도 물량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5월까지 누적 기준 13조3900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6월에 들어서자 미국 경제지표 발표로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716억원의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7월 1조9745억원에 이어 8월에도 7500억원의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도 외국인은 18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396억원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601.28에서 2508.13으로 3.58% 떨어졌다.

금융위의 이같은 우려에도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만큼 향후 국회에서 공매도 전산화 입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국내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현 증권거래 시스템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시스템상 근원적으로 차입이 불가능하면 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돼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며  “무차입 공매도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증권거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공매도 전산화를 위한 입법 논의가 추진된 바 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2월 증권사가 공매도 업무를 처리할 때 반드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0년 당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듬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데다,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주식거래 체결이 늦어지고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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