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10년’이라는 IPCC, 예고된 재난 막을 수 있을까?
‘골든타임 10년’이라는 IPCC, 예고된 재난 막을 수 있을까?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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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탄소저감책으로 꼽힌 CCS, 상용화까진 아직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최근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언스플래시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미국발 은행 위기 등으로 그간 한창이었던 ESG 열풍이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환경(E)과 사회(S), 기업 지배구조(G)를 두루 고려하며 사업을 영위하자는 ESG 경영이 수익성과 안정성 등 기업의 재무적 지표보다 우선해선 안 된다는 일침도 나온다.

2020년 1월 투자사 경영진들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 ESG를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겠다며 전 세계 ESG 열풍에 불씨를 지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기존 입장을 물린지 오래다. 블랙록은 지난해 5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서 기후 관련 주주결의안 상당수가 기업을 구속하거나 규범적으로 변한 탓에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ESG, 특히 E(환경)는 개별 기업의 재무상황을 넘어 국가, 나아가 범세계적 차원에서 더는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기후변화를 평가하고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제6차 평가주기로, IPCC는 이달 중순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제58차 총회에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1년 8월 제1 실무그룹이 발간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2, 제3 실무그룹이 차례로 발표한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 ‘기후변화의 완화’ 총 3개 평가보고서, 또 2018~2019년에 발간한 3개 특별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통합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사회와 기업, 정부의 이해를 증진하고, 각국의 정책 결정,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추진하는 데 이바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각 보고서에만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과학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해 작성과 검토를 진행했다.

어떤 단체도 쉽사리 해낼 수 없는 일을 수년간 진행한 끝에 이들이 제시한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제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채택한 신(新)기후체제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빼놓고는 현재의 기상이변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전 세계 195개국은 전원 만장일치로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제한하기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또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NDC가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회원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 등을 평가하기 위해 5년 주기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도 실시하기로 했다. 첫 이행점검은 올해로, IPCC 보고서가 핵심 투입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40년 이내)에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이 1.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구 온도의 상승을 제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남극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되돌릴 수 없으며, 온난화가 진전될수록 이러한 변화의 발생 가능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보다 앞선 보고서에서 IPCC는 지구평균기온 1.5℃ 상승 시에는 극심한 폭염‧가뭄‧폭우‧홍수 등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기상이변이 급증하고, 2℃ 상승 시에는 그 강도가 최소 2배, 3℃ 상승 시에는 4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IPCC는 앞으로 10년간의 선택과 행동이 향후 수천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 기간 동안 신속하고도 지속적인 조치가 인간과 생태계의 예상 손실과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단축되고 있으며, 탄소배출량 감축 달성을 위한 기후 행동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술·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사진=IPCC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작성됐다. 사진=IPCC

이번 보고서에서 탄소배출 감축 방안의 하나로 꼽힌 것이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다. CCS 기술은 산업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해 지하 등에 저장하는 기술로, 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저장(DACCS) 기술과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저장(BECCS) 기술이 모두 이에 속한다.

CCS 기술은 단순히 훼손된 토양과 산림을 복원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자체를 분리해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석유와 가스 업종 위주로만 활용되며, 시멘트와 화학제품 제조, 발전 부문 등에서는 아직 그 사용이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한국석유공사가 2021년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대상으로 CCS 중규모 주입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석유공사는 SK 이노베이션과 협력해 동해가스전의 생산정 및 해양시설을 재활용해 2026년까지 중규모 주입실증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연간 4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2026년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해 향후 30년간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금호석유화학도 한국특수가스와 손을 잡고 이듬해까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연간 7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설비 구축을 추진 중이다. SK E&S,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 역시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CCS 기술의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CCS 기술 도입 등을 광고하고 있긴 하나, CCS 기술은 아직 그 개발 수준이 낮거나 상용화되기 전인 불확실한 기술”이라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CCS 기술이 상용화되기엔 이르다는 말이 많아 업계 내부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면서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공장 부지에 설비를 구축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좀 더 균형적인 시각으로 IPCC 보고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련 부처 관계자는 “IPCC 보고서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에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기술한 것”이라며 “IPCC 보고서의 집필진은 대부분 과학자로서 CCS가 감축 수단으로서 효용이 있다고 밝힌 것일 뿐 현재의 상용화 수준이나 산업의 전망 등을 논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국내에서 관련 제도와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절차가 추진 중인 데다, 동해가스전에서 기술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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