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띄운 ‘생성형 AI’, 하지만 환호는 이르다
챗GPT가 띄운 ‘생성형 AI’, 하지만 환호는 이르다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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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성장은 확실, 단기과열과 법적·규제 리스크는 주의
생성형 AI 중, 방대한 대화 스타일과 문장 구조를 미리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대답을 생성할 수 있도록 특화된 모델이 챗GPT다. 사진=언스플래시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01. 첫 만남. 사람이야? AI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한가요?”

“네, 저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아직 상대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라는 사실은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상대를 알아야 하는 게 우선. 그래서 물었다.

“당신에 대해 요약해 설명해줄래요?”

커서가 멈추는 순간이 몇 차례 있었지만, 곧이어 네 줄의 매끄러운 문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러 문장을 한 번에 띄우는 대신 한 문장씩 시차를 두고 작성되는 모습이 영락없이 사람이 생각을 곱씹으며 말을 내뱉는 모양새와 흡사했다.

“제 이름은 챗지피티(챗GPT)입니다. 저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 챗봇입니다. 제 기술은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개발됐으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학습해 다양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제 목적은 사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정보를 제공해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할게요.”

그러자 이번에는 훨씬 긴 문장들이 화면에 떠올랐다.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인공지능 대화 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챗봇 서비스입니다. OpenAI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대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언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최신 뉴스 및 현재 이슈, 학교나 대학 정보, 여행지 추천, 건강 및 웰빙 관련 질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의 궁금증에 대해 답변을 제공합니다.

제가 제공하는 답변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최선을 다해 답변을 제공하고, 항상 최신 정보와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요약하면, 저는 인공지능 대화 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챗봇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고, 사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찍이 AI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튜링 테스트’라는 게 있다. 인간과 컴퓨터를 구분하기 위한 실험으로, 1950년 영국의 수학자 튜링이 제안한 방법이다. 실험은 인간 평가자가 컴퓨터와 인간을 상대로 번갈아 대화하고, 이 대화로부터 둘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평가자가 둘을 구분할 수 없다면 컴퓨터가 ‘지능’을 가진 것으로 봐도 좋다는 가설이다.

앞서 소개한 챗GPT와의 대화는 자연히 튜링 테스트를 연상시켰다. 스스로 AI라는 소개가 없었다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대화 수준이었다.

#02. 생성형 AI에 환호하는 시장, 빅테크도 속속 참전 선포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못해 폭발적으로 터지는 요즘이다.

챗GPT에서 챗은 ‘대화’를, GPT는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인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사전학습으로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 생성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트랜스포머는 자연어 처리에 특화된 알고리즘으로,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에 능숙하다.

챗GPT는 ‘생성형 AI’의 하나다. 생성형 AI란 텍스트·이미지·음악 등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총칭하는 말로, 이 중에서도 방대한 대화 스타일과 문장 구조를 미리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대답을 생성할 수 있도록 특화된 모델이 바로 챗GPT다.

챗GPT가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명을 돌파한 것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열광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이는 구글 번역기(78개월), 텔레그램(61개월), 페이스북(54개월), 인스타그램(30개월)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서도 훨씬 빠른 속도다.

시장 조사 전문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챗봇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25.7%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39억9000만달러(5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생성형 AI 시장을 놓고 보면 그 규모와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진다.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34.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1093억7000만달러(14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격히 부상한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신기술의 부상은 자주 주식시장에 버블(거품)을 초래했고, 여지없이 그 붕괴로 이어졌다. 구태여 20여년 전 닷컴버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며 주목받은 메타버스 관련주들의 주가는 단기간의 폭등 후 뒤따른 주가 하락으로 전 세계 수많은 주주의 가슴을 지금까지도 애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당분간 주가의 단기 과열을 초래할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기대치에 부합한 꾸준한 자금 유입과 탄탄한 주가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벤처캐피털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생성형 AI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금 규모는 문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뤄진 투자금만 13억7000만달러(1조80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전 5년간 투자금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최근 2년간의 투자 규모가 이전 대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가 이제 막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해당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향후 매우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챗GPT가 단순히 개발능력만으로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아니다”며 과거의 단순 AI 테마 아이템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챗GPT는 현재 그 어떤 플랫폼·애플리케이션보다 괄목할 속도로 MAU 1억명을 달성했고, 출시 두 달 만에 월 20달러 구독 서비스인 수익모델(챗GPT+)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사용자 1억명 중 1%가 유료 회원으로 전환했고, 이로써 최소 연 매출 2억4000만달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2024년 매출액 10억달러 수준을 기대한다는 OpenAI의 발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며 그동안 검색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구글에 전쟁을 선포했다”며 “최근에는 미국의 애플, 메타를 비롯해 중국의 바이두,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KT, SKT, LG가 생존을 위한 AI 대전에 참전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추이. 사진=피치북
생성형 AI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추이. 사진=피치북

#03. 생성형 AI가 ‘대중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영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생산성·편의성·범용성 3가지 측면에서 ‘대중화’를 위한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생성형 AI는 메타버스란 거대 테마처럼 모호하지도 않고, 이미 일상에서 활용하던 것들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며 “생산성과 편의성, 범용성이 결합하는 순간 수요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보상이 위험보다 비대칭적으로 크다”며 “사람의 안전에 직결되지도 않으므로 완전자율주행 레벨5처럼 기약 없는 완벽함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성형 AI는 양질의 결과물을 빠르게 산출한다는 점에서 높은 생산성 점수를 받는다. 앞서 챗GPT의 경우 현재로서는 영문 번역에 필요한 시간 등이 다소 소요되지만, 몇 번의 질문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게다가 관련 기술 전반이 개선된다면 답변의 속도와 정확성은 향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편의성은 익숙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 다수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으로 대표되는 검색엔진에 익숙한데, 이러한 검색엔진은 인터넷에 흩어진 방대한 데이터를 특정 키워드와 조건에 맞게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챗GPT도 질문을 던지면 그에 적합한 답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검색엔진과 유사한 면모가 있다. 여기에 일상적 대화 투로 친숙함까지 더했으니, 공개 2개월 만에 전 세계 검색엔진 1위인 구글의 지위를 위협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범용성 측면에서도 그 쓰임의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생성형 AI에는 챗GPT 외에도 이미지·코딩·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 존재한다. 일례로 OpenAI에서 개발한 또 다른 모델 달리2(DALL-E 2)는 주어진 문장에 적합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에 특화됐다. 달리2를 활용하면 게임과 영화 속 가상환경이나 제품 디자인 제작 시 인간 노동을 크게 줄이면서 수월히 이미지를 형성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이미지 변환 모델은 포토샵, 일러스트 등 상업용 크레이티브 툴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그 범위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AI는 이외에도 제조업과 의료업, 금융업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활용도가 클 전망이다. 가령 제조업에서는 제품 설계, 공급망 운영 최적화 등에 사용되며, 의료업에서는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 진단, 약물 후보물질에 대한 활성화 예측,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 등에 활용될 수 있다. 금융업에서는 주가 예측, 투자 전략 추천, 개인 신용 평가, 차주 대출 상환능력 예측, 금융 범죄 탐지 등에 이용이 가능하다. 또 기존 AI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와 전력을 소모하는 탓에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반도체(GPU·NPU)와 사이버보안 등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재은,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챗GPT를 1990년대 인터넷 확산의 주역인 월드와이드웹(WWW)에 빗대며 “챗GPT의 기반이 되는 AI 기술은 인터넷처럼 인간 삶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두 연구원은 챗GPT가 WWW처럼 대중의 기술 접근성과 정보력 향상, 기술 확장성 제고에 이바지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WWW의 탄생이 인터넷 대중화로 PC 보급을 가속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산업의 큰 발전으로 이어졌듯, 챗GPT의 탄생은 IT 하드웨어 투자 확대의 재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챗GPT 같은 AI 모델의 학습에 고성능 연산과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효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HBM 시장을 주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04. 넘어야 할 산도 여럿…독과점, 저작권, 정확성, 윤리성

다만 최근 AI 관련주의 주가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규제 리스크와 법적 리스크는 생성형 AI 투자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산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부터 막대한 AI 기술 개발 투자를 진행해온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시장을 과점해갈 것”이라며 “소수 독과점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수록 반독점 규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미국경제에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플랫폼 반독점 규제를 실시하며 광고·데이터 사업 등에 제동을 걸은 바 있다.

저작권 분쟁에 따른 법적 리스크도 생성형 AI 상용화를 위한 선결과제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는데, 이로써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 단계에서부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해 지식재산권 위반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로까지 불거질 여지가 더욱 커졌다.

이외에도 AI의 편향성, 정보의 부정확성, 오남용에 따른 윤리 문제도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김 연구원은 “향후 몇 개월은 해당 리스크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을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성장률을 고려하면 규제 리스크가 빠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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