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동반 악화에도 해외 연기금 대비 ‘양호’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자금운용수익률 –8.22%’
수익률 앞에 마이너스가 들어가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것이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생활 안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규모를 890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하며, 지난해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통화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해 발생한 환차익이 전체 손실 폭을 축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자산별 수익률(금액 가중수익률 기준)은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로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대체투자 수익률은 8.94%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수익률이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는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반 하락했다는 측면에서 이례적인 한 해였다. 두 시장이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해외에서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최초며, 국내에서도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더라도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서의 수익률(시간 가중수익률 기준)이 기준수익률인 벤치마크(BM)를 웃돌았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지난해 자산군별 BM 대비 초과수익률은 ▲국내주식 0.47%포인트(p) ▲해외주식 0.15%p ▲국내채권 0.04%p ▲해외채권 0.88%p였다.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성과는 양호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글로벌 연기금 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일본(GPIF)과 캐나다(CPPI)가 각각 -4.8%, -5.0%를 기록하며 그나마 선방했고, 노르웨이(GPFG)와 네덜란드(ABP)는 각각 -14.1%, -17.6%를 기록하며 매우 저조한 수익률을 거뒀다.
일본 GPIF의 경우 글로벌 시장 대비 하락폭이 작았던 일본 시장과 해외에 대거 편재한 자산의 엔화 환산 평가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CPPI는 여타 연기금 대비 월등히 높은 대체투자 비중이 수익률 하락폭을 축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CPPI의 전체 운용자산에서의 대체투자 자산 비중은 59.0%로, 국민연금(16.4%)에 비해 매우 크다.
한편 이번에 국민연금기금이 공시한 수익률은 실현손익이 아닌 평가손익이 대부분으로, 글로벌 투자환경이 개선될 경우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수익을 거두고, 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이 5.11%을 기록했다는 점은 국민 불안을 완화하는 요소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좋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며 “올해에는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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