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선진국 국채클럽‘ 편입, 그 진단과 전망
우리나라의 ‘선진국 국채클럽‘ 편입, 그 진단과 전망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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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상조’란 의견 지배적, 일러도 올해 9월 편입 기대
우리나라의 WGBI 편입 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규 자금 유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의 WGBI 편입 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규 자금 유입으로 국내 채권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의 ‘선진국 국채클럽’ 진입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시기상조란 지적도 만만찮다.

2021년은 우리나라에 뜻깊은 해다. 그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기존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편입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를 달성했다.

다만 이처럼 격상된 위상에도 불구, 자본시장에서만큼은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국내 주식·채권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유달리 저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WGBI 편입은 이중 채권시장의 저평가를 개선하는 해결책으로서 현재 정부에 의해 추진 중이다.

WGBI는 주요국 국채로 구성된 글로벌 채권 지수로, ‘선진국 국채클럽‘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세계 최대 시장지수 산출기관 중 하나인 영국 FTSE러셀이 관장하고 있으며, GDP 상위 10개국 중 인도와 우리나라를 제외한 8개국과 북미, 유럽, 호주, 아시아에 걸쳐 총 23개국, 1170개의 국공채가 포함돼 있다.

FTSE러셀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채권시장 국가 분류를 하며, 이때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포함 여부도 결정한다. 워치리스트에 등재되면 보통 6개월 이상의 검토 후 WGBI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스라엘과 같이 워치리스트 등재 없이 지수가 편입되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워치리스트에 편입됐으며, 이달 첫 번째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기관별 추정치에서 차이가 있긴 하나, 앞서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WGBI 편입 시 우리나라 국채의 WGBI 내 비중은 약 2%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신규 자금 규모 예상치는 500억~600억달러(65조~78조원)다. 지수 편입이 12~18개월에 걸쳐 이뤄진다고 가정할 시 매월 28억~50억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장기채 중심으로 채권 수급을 안정화하고, 채권 금리를 하락시켜 국채 이자비용 절감 등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도 큰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WGBI 편입을 위해 갖춰야 할 정량적 기준인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달러 이상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무디스 기준 신용등급 ‘A3’ 이상이란 조건은 이미 달성했다. 다만 정성적 기준인 시장 접근성은 외국인 조세 관련 부담,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외환시장 개방성 등에서 저평가를 받아 ‘레벨1’에 머물러 있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없는 ‘레벨2’로 개선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의 국채·통화안정증권 투자 시 이자 및 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적용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국자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와 국채 통합계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 상임 대리인 선정, 국내 계좌 개설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유로클리어가 예탁결제원에 국채 통합계좌를 개설하면 별도의 계좌 개설 없이도 국내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지난달 시장참여, 거래시간 확대 계획 등이 포함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법령 개정, 국내 금융기관의 준비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이르면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추진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이달 WGBI 편입이 기술적·물리적으로 굉장히 촉박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조세 시행령 개정을 제외한 나머지 방안들이 실제로 구체적인 시행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 워치리스트 등재 후 지수 편입까지는 통상 1~2년이 소요된다. 2021년 3월 WGBI 편입이 발표된 중국도 워치리스트에 등재된 건 그보다 2년 전인 2019년 3월이었다. KB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국내 증권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이달 편입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정부 관련 부처 담당자는 “FTSE러셀은 WGBI 편입 여부 결정 시 자문단이라고 부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정량적 지표는 충족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체감도 등 주관적 요소를 많이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이달 편입을 단정 짓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편입에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편입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FTSE러셀은 지난해 9월 우리나라를 워치리스트에 등재하면서 “모든 국가 분류 결정은 새로운 규정의 제정보다는 국제적인 투자자들의 실제 경험에 기반해 평가된다”고 명시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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