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먹구름’ 잔뜩
올해 부동산 시장은 ‘먹구름’ 잔뜩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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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연착륙 vs 경착륙.

완만히 하락할 것이냐, 급하게 폭락할 것이냐. 지난해부터 국내 주택시장을 두고 가장 많이 회자한 이슈 중 하나다. 동시에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양측 주장의 공통점은 주택가격의 하락만을 점칠 뿐 상승을 전망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건 양측 모두가 예상하는 하락이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런 와중에 KB경영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전국 500여개 중개업소, KB국민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2023 KB부동산 보고서’를 이달 5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올해 시장 전망까지 담아 업계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매매가 10년 만에 하락…하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연간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하지만 직전 2년간 주택매매가격이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그 하락분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만의 하락 전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수년에 걸친 집값 상승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해 하락폭이 무색하게도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20년 8.3%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15.0%로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특히 지방보다는 5개 광역시가, 광역시보다는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주택매매가격 하락세가 가시화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하지만 주택 경기가 악화할 조짐은 이미 주택매매거래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에 나타났다. 주택매매거래량은 2021년 9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월평균 거래량이 3만3000호 수준까지 위축됐다. 2017~2021년 5년간의 월평균 거래량이 8만2000호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매매가 하락은 전세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세가격은 2.5% 하락했으며, 직전 2년간 수도권에서의 상승폭이 컸던 만큼 하락세 역시 수도권에서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최근 전세시장에 나타난 특징은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전체 임차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0%였는데, 이는 2020년(40.5%) 대비 11.5%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단독주택과 빌라 등 비아파트에서의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4.9%에서 59.6%로 14.7%p나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중금리의 급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주택매매가에 비례해 덩치를 불린 전세보증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률에 비해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대출의 대안으로 월세로의 전환이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깡통 전세’, ‘전세 사기’ 등 전세 관련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이런 현상을 가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KB경영연구소는 “금리 인상으로 전월세전환율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으므로 향후 월세 증가 현상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가격이 안정되면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월세로 전환한 가구의 비중도 줄어 향후 월세 비중은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쳤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체 부동산에서 월세 비중 및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추이. 사진=KB경영연구소 보고서

‘미분양’ 확산, 건설사보다는 금융권 타격 불가피

현재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수요 위축으로 인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보다 10.6%(7211호) 늘어난 7만5359호였다. 이는 2012년 11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치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은 최근 3년간 36~39만호를 꾸준히 유지해왔는데, 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올해 분양 물량은 30만호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아파트도 2021년 9월 1만3000호에서 지난해 말 6만8000호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해 한 해 증가한 미분양 아파트 5만호 중 4만1000호가 비수도권에 분포했으며, 특히 대구에서의 증가분만 1만1000호로 전국에서 그 증가세가 가장 컸다.

이러한 미분양 아파트 증가는 주택 공급자인 건설사보다는 자금을 공급한 금융권에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큰 경각심을 심어준다. 또 분양을 마친 사업장에서는 수분양자에도 영향을 미치며, 자칫 사업장 부도 시에는 주택 경기 하락폭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속한 규제 완화에도 올해 주택시장은 ‘먹구름’

올해 1월 3일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에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다. 이로써 이들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로 완화되고, 세제 및 전매제한 등의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후 이어온 일련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의 연장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현재의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수요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가격 하락폭 둔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주택시장에는 먹구름이 짙다. KB경영연구소는 “그동안 주택가격이 장기간 과도하게 상승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올해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하락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주택가격 급락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불안 심리는 시장 진폭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19년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재 국내 가구의 LTV는 지난해 1분기 기준 평균 38.7%로 낮은 수준이고, 주택가격 대비 LTV 비율 역시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이는 대출 보유자의 자기자본 비중이 높다는 뜻으로, 최근의 금리 상승과 대출 부담이 주택시장에서 급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최근의 거래 위축은 주택 보유자가 가격을 급격히 낮추지 않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악순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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