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산해도 내 예금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은행 파산해도 내 예금 보호받을 수 있을까?
  • 여지훈 기자
  • 승인 2023.03.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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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제자리걸음 예금자보험한도 “현실 반영 못해”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예금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피해자 확산 우려가 커지자 미국 당국이 예금보험 한도(25만달러)를 넘어선 금액에 대해서도 예금자 전면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예금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 한도는 현재 1인당 금융사별로 5000만원이다. 이는 은행 등 예금보험을 적용받는 금융사(부보금융회사)가 영업정지·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해당 한도 내에서 원리금을 대신 지급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보험금 한도가 20년도 더 전인 2001년 제정됐다는 점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했기 때문에 유사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 제한을 풀 수 있긴 하지만, 현 보험금 한도가 그동안 급성장한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 만큼 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21년 기준 3만4984달러로, 2001년(1만1563달러)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보호 대상 금융상품에서 공공기관 등의 예금액을 차감한 부보예금액도 2003년 519조904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843조2580억원으로 5.5배 증가했다. 법령에 명시된 “1인당 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한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그동안 예금자 보험금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다. 최근에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금 한도를 경제 환경의 변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률에 상향해 규정하고, 그 금액을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20일 대표발의했다.

예보 역시 금융위원회와 함께 연구용역,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예금자 보호한도, 예금보험료율 산정,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 등 주요 개선과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보 관계자는 “예금자 보험금 한도 변경은 적정 예금보험료율 산정과 연계된 문제이며, 예금보험료율 변경 또한 예보기금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각 과제를 별개로 볼 수 없다”면서 “현재 이들 과제의 개선을 종합적으로 논의 중이며 올해 8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금융당국과 예보가 추진해온 금융안정계정 도입 논의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안정계정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제도다. 이는 금융사의 부실이 터지고 난 뒤 사후적 대응에 집중된 기존 위기 대응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예보기금에 계정을 신설하고, 기금의 다른 계정과 구분해 회계 처리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운영을 위한 재원은 예보기금채권의 발행이나 예보기금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보증료 수입 등을 통해 마련한다.

현행 예금자보호제도는 예보가 평소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보기금을 적립한 뒤 금융사가 영업정지·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를 대신해 이를 지급하는 구조다. 만약 지급할 보험금이 금융사가 납부한 보험료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예보가 직접 예보기금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성한다.

반면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가 파산 등에 이르기 전 계정에 적립한 자금의 공급을 통해 금융사의 부실을 막고, 원활한 금융기능을 유지하게 한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약간의 자금 수혈만으로도 금융사의 부실을 막을 수 있다면, 선제적으로 예금자를 보호하는 건 물론, 개별 금융사의 위험이 시스템 전반으로 퍼지는 것도 수월히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예금자 보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예보 관계자는 “최근 파산한 SVB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채권자산의 미실현 손실 확대 등 자산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대부분 예금과 대출로 운영되는 국내 은행들의 부실구조와는 다르다”면서 “예금자보험제도나 금융안정계정이 SVB와 동일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그 지향점은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안정계정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총 두 건이다. 지난해 11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두 개정안 모두 지난달 말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된 뒤, 법안소위에 두 차례 상정됐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SVB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적시에 금융사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선제적인 금융 안정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향후 법제화까지 필요한 논의가 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여지훈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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